축구
[모리엔테스 인터뷰②] 한국의 미래 백승호, 특별한 재능 있다
서울 한남동 스페인대사관에서 사흘전 만난 페르난도 모리엔테스는 느릿느릿 자리에서 일어났다. 훤칠한 키에 감색 재킷은 제법 잘 어울렸다. 어느덧 불혹에 이른 그는 여전히 날렵한 몸매와 준수한 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얼굴에 주름이 조금 늘어난 것만 빼면 '꽃미남'이라고 불리던 현역 시절 그대로였다. 그는 "설렁탕과 수육을 먹었는데 신세계였다"면서도 "그렇다고 스페인 음식 대신 평생 먹으라고 하면 못 먹을 것 같다"며 농담을 던졌다. ◇ 모리엔테스 사로잡은 백승호 "백승호에겐 특별한 재능이 있다. 한국 축구는 10년 뒤가 더 기대된다."페르난도 모리엔테스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낙관했다. 2012~2014년까지 레알 마드리드의 유소년팀 후베닐 B(17~19세)을 이끌었던 그는 라이벌 팀 바르셀로나에서 매우 인상적인 한국 선수를 봤다고 했다. 바로 백승호(19·바르셀로나 후베닐A)다.모리엔테스는 "레알 마드리드의 최대 라이벌은 바르셀로나인데, 유소년 레벨에서도 앙숙 관계이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바르셀로나 경기와 훈련을 자주 지켜봤는데 10번을 달고 뛰는 선수가 눈에 들어왔다"며 "관계자에게 이름을 물어봤더니 백승호라고 했다. 또래에 비해 기술적으로 한 단계 앞서 있는 선수라서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고 떠올렸다. 백승호는 현재 안익수(51)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대표팀의 에이스다. 이변이 없는 한 2017년 5월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도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할 전망이다.모리엔테스의 말처럼 바르셀로나에서도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백승호는 지난 시즌 이승우(18)와 함께 바르셀로나 후베닐A에서 활약하며 현지 관계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그는 지난 3월 2015~2016시즌 스페인 U-18 리그에서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2골1도움)를 기록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시 백승호는 환상적인 프리킥 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모리엔테스는 칭찬을 이어갔다. 그는 "스페인 유소년팀에는 외국인 선수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국 선수들의 경우엔 더욱 드물다"며 "백승호처럼 특별한 재능을 가진 선수라면 금세 외국인 선수 중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확신했다.또 모리엔테스는 백승호가 장차 한국 축구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백승호 외에도 좋은 기량의 유소년 선수들이 해외에서 활약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 축구는 앞으로 더 크게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2012년 현역에서 은퇴한 그는 곧바로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선수 시절부터 지도자의 꿈을 품어왔기 때문이다. 모리엔테스는 친정팀 레알 마드리드로 돌아가 유소년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오래 전부터 선수들을 지도해보고 싶은 꿈이 있었다"며 "감독 자격증을 따기 위해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팀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4년 끝으로 감독직에서 내려왔다.모리엔테스는 "앞으로도 기회가 있다면 좋은 선수들을 많이 길러내고 싶다"며 "백승호와 같은 선수를 지도할 기회가 생긴다면 더 기분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백승호의 한 지인도 모리엔테스의 이런 평가를 반겼다. 그는 "(백)승호는 어린 시절부터 주로 팀의 에이스를 상징하는 10번을 달고 뛰었다"며 "이런 그를 두고 성인팀의 재목으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백승호는 다음 시즌 성인 무대인 바르셀로나 B 승격을 코 앞에 두고 있다. 피주영 기자 [모리엔테스 인터뷰①] 그가 말하는 한국축구, 2002년 그리고 축구인생[모리엔테스 인터뷰②] 한국의 미래 백승호, 특별한 재능 있다[모리엔테스 인터뷰③] 그의 넘버원은 '호날두'
2016.06.10 06:00